[신문보도] 태국 사태로 본 경호의 ABC


태국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가 태국 내 반정부시위대의 회의장 난입으로 개막한 지 하루 만에 무산됐다.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으며 행사에 참가한 아시아 15개국 정상들은 이날 오후 전원 태국을 떠나는 경호경비의 실패사례가 발생했다. 국가의 대외신인도는 물론 태국 경호기관의 역량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훼손됐다.

경호안전이란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물과 같고 공기 속 산소와 같아서 평소엔 그 필요성에 대해 잘 느끼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우발상황 발생 시 존재가치와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호란 철저한 준비와 순간의 싸움이다. 우발상황 시 어떻게 즉각 조치를 하느냐에 따라 경호의 성패가 달려있다. 이번 태국 사례와 같은 경호안전의 실패는 필자가 25년간 경호안전 분야에 몸담았던 경험으로 볼 때 계획준비단계부터 경호의 기본적 원칙을 간과하고 소홀히 한 데서 일어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첫째, 중첩의 원칙 미흡이다. 모든 경호경비의 기본계획은 3중 경호원리에 입각해 3중으로 안전, 경비, 경계구역으로 설정해 놓고 단계별로 차등 경호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각국 정상들이 투숙한 호텔과 회의장은 최후 저지선 개념의 절대안전구역으로 설정해 강화된 통제대책이 선행되어야 함에도 언론보도에 나타난 것처럼 시위대가 회의장 현관문까지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통제계획 및 대비책의 미비라 할 수 있다.

둘째, 예방경호의 원칙 소홀이다. 주최국 내 모든 경호 유관기관의 경호환경에 대한 정보ㆍ첩보수집을 분석해 위협요소인 시위대 진입, 정상 투숙 호텔 고립, 회의장 난입, 정상 기동로 차단 등을 최소화ㆍ무력화할 수 있는 사전 경호안전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 통제구역인 회의장 1층 로비 입구까지 시위대가 진입하고 정상들이 투숙한 호텔에서 고립됐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셋째, 방어 개념의 원칙 미비다. 경호는 공격 개념이 아닌 방어 개념이다. 위해 기도자가 공격주도권을 가지고 있으며 범인이 위해행동을 시작한 후 경호원들은 반응하게 된다.

대적 행위보다는 방호 및 대피 행위가 경호대상자 보호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은 국내외 위해 사례 분석에 따른 결론이다.

시위대 진입 등 모든 위협요소를 예상해 회의장이나 정상 투숙 호텔에 충격을 완화하고 방호할 수 있는 차량 방벽, 시설물을 이용한 차단막 설치, 바리게이트 등 완충벽 설치와 최악의 경우 정상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는 비상대피소, 비상통로 등 종합적 비상 및 안전대책 수립이 미흡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우리는 몇 차례의 다자간 정상회의와 국제회의 경험을 통해 경호경비 경험이 풍부하고 그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올림픽, 2000년 제3차 서울 ASEM 회의, 2002년 한ㆍ일 월드컵대회, 2005년 부산 APEC 회의 등 주최국으로서 모든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특히 2000년 ASEM 회의 때 경호 환경은 금번 태국사례와 유사했다. NGO의 활발한 활동으로 대부분 다자간 정상회의나 국제행사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하던 시기였지만 제3차 서울 ASEM이 대성공을 거두어 경호경비의 모범 사례가 되었다. 이러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로 이번 태국사태에서도 경호 대상자를 안전하게 귀국시킨 일사불란한 경호조치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든든함과 신뢰를 갖게 된다.

향후 개최되는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행사와 국내외 각종 행사도 철저히 준비하고 대처할 것으로 믿는다.

[양재열 명지대학교 객원교수前 대통령경호실 차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